본문 바로가기
♡˚˚ 글향기

먼 훗날 내가 찾아가거든

by 아침이슬산에 2006. 12. 19.



먼훗날 내가 찾아가거든
먼 훗날 나는 
신새벽, 동백의 꽃잎에 묻어나는 이슬처럼 
영혼 투명하고 맑아지는 날 
눈부신 흰 꽃송이 속으로 
그대를 찾아가겠습니다
한 생을 하루 해에 걸어 놓은 채 
물안개 피어 오르는 아침부터 
지평선 너머로 해 기우는 저물녘까지 
끝도 가도 없는 그대의 그림자를 찾아 
고뇌의 바랑 하나 운명처럼 걸머지고 
햇덧처럼 가슴 졸이며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내가 키운 내 가슴 속 사랑 하나 
어느 때부턴가 나는 죽고 사랑은 살아서 
나에게 
눈빛의 해맑은 영(靈)이 되라고 속삭입니다
반겨주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가벼운 망설임 끝에 내가 문을 열면 
당신은 그때, 어디쯤에서 
하얗게 세어버린 삐비꽃 같은 
은백의 머리를 빗고 있을까요
동백기름 손칠하는 아슴한 눈길에 
떨리는 가슴 부여잡은 이내 모습 서릴까요
배불뚝이 난로 위에 
세월의 때 곱게 묻은 주전자 하나,
송송 물 끓이어 한 잔의 차 나눌 수 있겠지요
가만가만 웃어 주세요. 
아직은 눈물 끝의 별이 서러운 한때라고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말 한마디 흘려 주십시오
창밖에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 내리는 날 
그런 날, 
오후에 내가 찾아가겠습니다
최/영/호






♬ Je Vais Seul Sur la Route


'♡˚˚ 글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해의 기도/이해인  (0) 2007.01.04
아름답게 늙어가기  (0) 2006.12.27
자연은 무엇을 말하렴인가...!  (0) 2006.12.16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0) 2006.09.28
당신은 누구십니까?  (0) 200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