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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여행 이야기

08-2-24 공포의 대청봉을 넘어서...

by 아침이슬산에 2008. 2. 25.

◑산행일시 : 2008년 2월 24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오색~ 대청봉 ~ 중청산장~ 중청 ~ 한계삼거리~ 한계령
◑산행시간 : 산행 1-시간 30분 (점심+휴식 약 1시간반? 가량)
◑누구와 :    산풍회원들과
80년도 초에 어느 산사진팀을 따라 얼떨결에 올랐던 대청, 쾌청한 좋은날로 기억되지만 내 기억엔
억센 바람으로 몸이 밀려서 여러명이 스크럼을 짜고 겨우 넘어던,
그래서 설악을 그렇게 여러번 가도 대청봉 많은 아니 올랐다.
그러다가 지난 05년도 이슬산방 겨울 정기설악산행이, 폭설로 대부분 산행로가 막히고 오직 오색만 열려서
하얀 눈세계에 황홀해 하며 올랐다가 초속 27미터가 넘는 강 회오리 바람에 두번이나 넘어지며
결국은 넘지 못하고 조난자 되어 구출?된........
악몽같은 기억만 남아 있는 대청봉.
또 가면 내가 사람이 아닐꺼야....
그런데, 또 갔다.
어쩜 내 생애에 마지막 대청봉 산행일거라는 비장한 각오로
단디단디 준비하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성모님께 부탁하고....나섰다, 제발 바람만, 바람만 잔잔하게 해 주십사.....
잠실에서 11:20분 출발한 뻐스는 신나게 달려 오색에 3시에 도착, 
04:00시에 어둑한 오색 매표소앞에 나서니, 생각보다 날이 춥지도 않고
물론 바람도 없다.....그래도 정상쪽에 일년내 부는바람이 오늘은 얼마나 나를 힘겹게 할런지....약간의 걱정을 안고 출발한다.
오색길....초장부터 깔딱처럼 숨을 허덕이게 한다
몇년새 많은 경험으로 산행력이 많이 좋아졌지만, 거북이의 걸음걸이는 여전하다
점점 쳐지더니 맨 꽁찌...
그래도 언제 지났는지, 설악폭포도 지나갔다.  야간산행은 오로지 내 발등만 보고 걸으니...... ㅎㅎ
아~~~~~~~~ 언제 정상에 도착하나 !! 혼자 궁시렁거리며 그야말로 이을 악물고 
무조건 걷는다.
어스름 어둠속에 중청이 보이는것 같다.
동녘하늘도 푸를기를 띠기 시작하니, 곧 여명이 오르겠구나...
어 ? 그런데,
이쯤에 오면 대청바람의 예고편이 펼쳐져야 할텐데, 바람이 아예 없다
모든 나무가지는 죽은듯 정지상태다.....이게 웬일?
그러나 아직 몰라 저기 대청은..
나무의 키들이 점점 작아지는것이 정상이 멀지는 않은듯 한데
하늘이 맑아지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햇살이  퍼진다.
약 500~600미터 정도면 정사인데, 도저히 더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진즉 일출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무사히 대청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했지.

드뎌 짤딸막한 나무가지들이 상고대를 피운 사잇길을 올라서니 환하게 하늘이 열리며 대청정상 주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만나다니,,,, 바람한점 없이 봄볕처럼 화사한 햇빛이 비추이는 대청 정상석은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 아래 중청산장이 대청봉 그림자안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저곳을 가기위해 이 대청을 넘어가느라 얼마나 많은 사연이 만들어 졌는지.... 이쁜 탁구공이 있는 중청을 돌아 왼쪽으로 오늘 걸어야 할 한계능선이 주욱 이어지면서 멀리 멀리 귓때기청까지 보인다

05년에 바람에 날리는 몸을 지탱하느라 잡았던 쐐줄이 안보이고 터벅터벅 이 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반갑다.....중청산장

중청앞마당에서 보이는 설악...신선대, 용아장성, 공룡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정말이지 감회가 깊다.

산장에서 점심을 먹는데, 맘이 벅차서인지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누군가 끓여논 라면국물에 밥한술 말아서 억지로 먹다가, 이 산꼭대기까지 별식을 마련해오신 ㅌㅌㅌ님 덕택에 시원하고 뜨끈하게 속을 덥힐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 ^^*

늦은 아침후, 오늘은 봄빛처럼 포근한 햇살아래 온화하게 손짓하는 대청에게 인사하고 기념사진도 한장 남기고 중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중청을 오르며 다시보는 산장에 많은 추억을 남기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시만날 날을 기약해 보자...

어느덧 이어진 발걸음은 끝청에 섰다귓떼기부터 신선봉, 용아, 공룡, 그 앞에 쬐그맣게 소청산장까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오는 모습에 감탄을 하고 있다

그렇게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걸어 이어진 발걸음은 한계능선 어드메서 발아래 가마득하게 보이는 한계령을 내려다 보며 산상행복에 잠시 빠져본다

귓떼기봉이 멀지 않아 보인다 부지런히 발거음을 옮겨 한계삼거리로 향하고...

드디어 마지막 하산지점인 한계삼거리에 도착했다. 선두팀은 벌써 한계령을 향하고...

이 이상하게 곰같이 생긴 바위때문에 귓떼기봉인가 ??

이제부턴 고도가 뚝뚝 떨어지는 내리막길. 따듯한 햇살에 일부 눈이 녹은곳은 빙수처럼 칠퍽칠퍽하다. 조심을 했음에도 아챰슬 한바탕 미끄러지다 이제 도착점이 얼마 안남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오자 다리도 풀리고 무릎도 아프고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똑바로 내려설 수가 없어 오리처럼 어기정 거리며 결국은 종착지인 한계령에 도착한다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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