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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렙]4대강의 미래 ??

by 아침이슬산에 2010. 5. 28.

[4대강 미래 한강에 묻다-생태는 안녕하십니까] 정부 “개발해도 교란없을 것”-생태학자 “새 습지조성 대부분 실패”

국민일보 | 입력 2010.05.27 19:24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찬반 논쟁에서 가장 첨예한 것이 수질과 생태계에 대한 영향이다. 그러나 사업시행 후 수질 변화에 대한 예측은 현재 시공 중인 16개 보의 계절별 가동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생태계 훼손에 대해서는 환경론자들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의 가장 뚜렷하고도 큰 부정적 측면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보기에 강에 대한 대규모 개발은 어떤 식으로든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고, 복원에는 엄청나게 긴 세월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강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생태계 복원과 이·치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녹색사업"이라고 말한다. 강안을 콘크리트로 덮어 수중 생태계를 단순화했던 한강의 전철을 피해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정부는 "강이 흐르는 곳은 최대한 현재 모습을 유지해 생명이 살아가는 데 혼란을 주지 않겠다"고 자신한다.

낙동강하구, 철새 도래지의 위기

낙동강 하구의 삼락둔치는 다른 어떤 강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넓은 강변부지다. 삼락둔치 안의 농경지에 곡식들이 떨어져 있어서 노랑부리저어새와 기러기 등 멸종위기 조류들이 월동하고, 사람들은 둔치 내 공원에서 즐겨 걷는다. 강 건너편 염막둔치는 여름철새인 물닭과 개개비의 번식지다. 그러나 이 둔치들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 부산구간 공사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르면 내년부터 철새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

26일 부산시 건설본부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 준설토를 적치할 곳은 염막·삼락지구 165만여㎡의 농경지밖에 없다. 현재 임시 적치장으로 쓰는 대저둔치는 문화재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더 이상 준설토를 적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삼락둔치 북단 자연초지의 상당 부분은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다. 낙동강 사업팀 관계자는 "삼락지구 농경지 200여 가구에 대한 영농 보상이 끝나지 않아 아직 공사를 못하고 있고, 염막둔치에서는 지난 24일 임시적치장 기초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삼락지구에서도 맹꽁이 서식지를 피해 적치장 조성공사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비가 오는 지난 18일 삼락둔치의 넓은 풀밭을 찾았다. 중부리도요 대여섯 마리가 보였다. 멀찌감치 아파트촌 앞으로 강변도로, 그 너머에 보리밭이 있고, 갈대숲과 버드나무 군락 등이 펼쳐졌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이렇게 넓은 땅은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렵다. 하지만 염막·삼락 둔치는 앞으로 농경지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둔치 자체도 축소될 운명이다.

낙동강 부산구간 공사는 불어나는 물의 양을 감당하기 위한 제2 하굿둑 건설 사업이 핵심이다. 하굿둑까지 물길이 커지니까 바닥 준설과 함께 하폭을 넓히는 둔치 절개 공사가 함께 진행된다. 철새 도래지로서 낙동강하구의 명성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는 것이다.

동행한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은 "염막둔치와 삼락둔치는 겨울철새의 먹이터와 서식지 구실을 하도록 부산시와 환경단체들이 협약을 맺고 2006년 예산 686억원을 들여 농경지를 존치토록 한 곳인데 4년 만에 이곳을 밀어낸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삼락둔치를 포함한 낙동강 사업 3공구 구간의 준설토는 70%가 미세입자의 점토질이어서 응집제를 쓰지 않고서는 침전되지 않는다. 부산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응집제를 사용하는 대신 다른 처리방안을 검토 중이다. 점토를 걸러내더라도 이를 성토재로 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준설토를 장기간 적치해야 하는 경우 철새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까지 악취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낙동강 상류의 생태계와 문화

낙동강 제2의 철새도래지인 해평습지는 이미 절반 이상이 훼손돼 있었다. 경북 구미시 도심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숭선대교부터 상류 쪽으로 구미보 공사현장을 향해 7㎞가량 뻗어 있는 이 습지는 낙동강 경북구간에서 가장 유명하다.

'낙동강 철새도래지 - 이곳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많은 철새들이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매일 1만5000여 마리 찾아드는 집단 철새도래지입니다. 서식 환경을 잘 보호해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줍시다. 구미시' 철새도래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굴착기와 크레인 등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고라니 발자국이 무수히 찍혀 있는 강둑 너머로 습지의 숲과 강을 연결하는 모래톱이 사정없이 깎여 나갔다. 이곳의 맑은 물, 넓은 모래벌판, 광활한 농경지에서 떨어진 곡식은 오염과 주변 환경에 민감한 두루미류의 겨울나기 장소로 좋은 조건이다. 이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없어지면 두루미는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다.

해평습지뿐 아니라 남지습지(경남 창녕), 달성습지(대구 달성), 낙동강 최고의 비경이라는 경천대(경북 상주), 구담습지(경북 안동)가 모두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천연의 정수기 노릇을 하는 모래톱이 파헤쳐지고 습지가 훼손되고 있다. 21일 찾은 경천대 상류 쪽은 비 온 뒤 부유물질이 가득했다. 낙동강 중상류에서 가장 깨끗한 곳인 상주보와 낙단보 일대에는 이미 녹조현상이 나타났다. 안동의 유명한 문화재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모래 준설 때문에 수질이 나빠지고 경관도 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4대강사업 중앙전문가 자문위원회 생태환경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명수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발간하는 월간 '4강나래' 5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생태 교란은 이미 자연적으로도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것은 홍수와 태풍 등인데 우리의 하천생태는 그런 주기적 교란에 이미 적응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규모 준설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낙동강 중하류의 수질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구담습지, 경천대,해평습지 등의 모래톱이 사라지고 나면 복원되는데 150∼20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김경철 국장은 "일반인에게 생태계의 중요성은 생물 종보다 생태 미학을 통해 더 쉽게 부각된다"며 "경천대나 회룡포의 비경이 사라진다는 것이 더 절박한 호소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영산강과 금강에서 사라지는 것들

영산강 최상류에 위치한 담양습지는 영산강이 최대 오염원인 광주천과 만나기 전 깨끗한 자연하천의 모습을 보여준다.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검은댕기 등이 서식한다. 매와 삵, 맹꽁이도 산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황로가 500여 마리나 발견됐다.

광주 용강동과 전남 담양군 대전면 강의리와 태목리 일대 98만㎡에 펼쳐져 있는 담양습지는 하천습지로는 드물게 환경부의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담양습지가 영산강 개발사업 구간에 포함되면서 대나무 군락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대나무 숲은 황로, 백로, 쇠백로 등 천연기념물 조류의 중요한 서식지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면적 기준으로 담양습지의 2.7%만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지만 습지 내 대나무 숲의 38%가 제거되는 게 서식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담양습지 외에 넓이 62만㎡의 청동습지도 승촌보 건설 공사로 상당히 훼손됐다. 영산강 습지 36곳 가운데 21곳이 사업 영향권에 든다. 승촌보가 건설되는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주민들은 돌미나리를 키우는 들녘이 수변공원터가 된다는 소식에 "영산강 오염원의 70%는 광주천에서 비롯되는데 본류만 갖고 난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밖에 4대강 사업의 하나인 광주댐 증축으로 소쇄원과 식영정 등 담양 일대의 정자 문화재를 포함한 국가·도 지정문화재 16곳이 침수 위기에 처했다. 농어촌공사는 광주댐을 지금의 해발 77.4m에서 79.9m로 2.6m 높이는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 3개가 설치되는 금강에서도 많은 동식물과 문화재가 사라지거나 옛 모습을 잃게 될 것이다. 금강보가 완공되면 수위는 4m 상승해 충남 공주 곰나루 백사장은 90%가 물에 잠긴다. 구석기 전기에도 한반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인 석장리 선사 유적지도 물에 잠기거나 물이 차오르는 피해가 우려된다.

금남보 예정지 상류 금남대교 근처 미호천 합류지점은 지난해 초 검독수리와 참수리가 발견된 곳이다. 금강 사업구간에는 또 낙화암, 고란사, 부소산성 등의 문화재가 있다. 각시붕어, 몰개, 동사리 등의 어류와 큰고니, 흰꼬리수리, 참매,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같은 조류, 삵과 수달 등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다.

대체서식지와 대체습지는 유효한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취소 청구소송과 관련한 서울행정법원의 현장검증이 지난 20일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섬 일대에서 진행됐다. 준설 작업으로 흙더미가 쌓여있는 몇 m 옆으로 '멸종위기 식물 2급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라는 알림판과 함께 금줄이 쳐져 있었다. 파헤쳐진 흙더미와 자갈로 수풀이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 현장검증의 주인공인 단양쑥부쟁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남한강 일대에 자생하는 멸종위기종으로 삼합리섬, 강천섬, 굴암지구 일대에 110만 개체가 서식한다.

당초 환경영향평가서상 이곳의 단양쑥부쟁이 서식 사실은 누락됐다. 단양쑥부쟁이 외에도 표범장지뱀, 층층둥글레 등 법정보호종이 착공 후에야 발견됐다. 정부가 보통 1년 이상 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를 4개월 만에 해치운 게 졸속이었음이 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홍동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수생태보전팀장은 "서식 사실이 누락돼 있었던 것은 맞지만 사후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단양쑥부쟁이를 이식했으므로 부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근 굴암리에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고 단양쑥부쟁이 자생 환경과 비슷하게 자갈과 모래를 깐 후 3만8000여 개체를 옮겨 심었다. 그러나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대체 서식 환경 자체가 자생지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옮겨 심은 지 40여일 정도 됐다고 하는데 거의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사업구간 곳곳에서 훼손되고 있는 달성습지, 해평습지, 구담습지의 대체습지 조성계획도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달성보와 강정보 구간 4개 습지 가운데 달성습지 등 2개 습지를 보존하고, 훼손되는 나머지 2개 습지는 두 배의 면적(120만㎡)에 해당되는 대체습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미 해평습지처럼 보존한다고 하는 경우에도 습지의 숲 부분만 남겨놓고 모래톱을 모두 준설하면 습지 전체가 제 모습과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생물학자 타일러 밀러는 '생태와 환경'에서 "미국 국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사라진 습지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습지를 만드는 데 절반 이상 실패했고, 새롭게 조성된 습지는 대부분 자연 습지의 생태적 기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을 이용하는 방식의 변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4대강 사업에서는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구간이 전체 사업구간(613㎞)의 6%(3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제방과 저수호안 보강도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연친화적 식생호안 등을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강바닥과 호안만 그렇다는 얘기일 뿐 자전거도로와 테마공원, 체육시설에는 포장재와 시멘트가 들어간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지금처럼 강 가까이에 다가가 길을 내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 인간중심적 이수(利水) 행위에서 점차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강에게 흘러넘칠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면서 겸손하게 강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수정책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나일강 문명과 이집트 왕조가 강의 범람 덕분이었다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큰 비가 내릴 때 산에서 흘러내린 영양염류가 강물과 함께 범람원을 덮고 나면 농업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년 정도의 장기적 계획 아래 저류지, 범람지의 주택과 제방 및 도로를 내구연한이 지난 것부터 지방정부가 사들이거나 철거하는 방식으로 자연하천을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