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4]
갈수록 태산이다. 나이 듦에 더해서 여러 가지 일도 발생하고 체력마저 세월 앞에 자주 무릎 끓는 현실에 부딪친다. 여름내 더위에 지쳐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하고 카페만 찾아 다니더니, 9월 들어 집안 우환에 한동안 허덕거리다가, 이석증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고 한 열흘 운전도 못하고 거의 집콕해야 했다. 이어서 하필 추석 연휴때 심한 허리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여 연휴에 진료를 하는 한의원을 10일 들락거리며 체력을 낭비한다. 후유증처럼 남은 체력 고갈로 기진맥진...... 다시 끌어올리려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를 다녀온 후 좀 편해진 허리로 기분전환 겸 호수공원에 그야말로 산책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네
남쪽 메타길과 난란히 걷는 숲솦길엔 상수리나무가 많아 이즈음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이 참 많다.
오늘 아마도 호수공원 달리기 or 걷기 행사가 있는지 빨강 고깔이 길 안내를 하고 그 옆 산책로는 호젓한 분위기가 좋다
어, 이 아지메들은 도토리를 꽤 많이 주어 가네.... 봉다리가 두둑햐..... 다람쥐 식량은 어쩔?
안개비처럼 흩뿌리던 비가 제법 빗방울이 되어 호수 위에 동그랑땡을 그려내고
촉촉하게 가을비에 몸을 맡긴 클로버들은 웬지 시원함에 자즈러지듯 즐거운 느낌이다
한 3천보 정도 살살 걸었는데 허리가 살짝 피곤하여 되돌아 나오기로 한다. 근데 호수 건너편을 보니 웬 마라톤 무리가 수백 명은 되보이는 무리가 쏟아지듯 달려나온다. 좀 기다리니 호수 동편으로 돌아 내가 있는 쪽에 도착한다. 아직 노랑물 들지 않은 초록색 은행나무 사이로 주황색 유니폼 선수들이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꽤나 멋지다. 열심히 달리는 선두팀.... 꽤나 진지하다
잠시 후 후발팀들도 지나가는데..... 뭐 떠들며 걷고, 사진 찍고, 가족 단위팀은 아이들 보폭에 맞추어 걷다가 업고 가고, 유모차 밀고 가고.... 할머니는 휠체어 타고 .... 모두 신났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잠시 서서 바라보는 마음도 즐겁더라는.....ㅋㅋㅋ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아마추어 화가들 모임은 정자 아래서 이루어 지는가보다. 팔순도 넘어 보이는 어르신도 멋진 작품에 열중하는 모습이 진지 하다. 잔디엔 신난 댕댕이와 견주가 또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도 평화 그 자체가 아닌가....
습지 구역 건너편 길로 후발팀인지, 아직도 걷는 사람들, 중간에 벤치에서 노는 사람들, 딴 길로 새버린 사람들...ㅎㅎ
아~~~ 허리가 좀 아프다. 스마트폰이라도 사진을 찍을땐 구도를 잡느라 자세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아이고 허리야~~~~~~~~~~~~~~~
이만 스톱하고 진짜 돌아가야것다.
마지막 남은 늦둥이 수련 몇 송이가 그래도 예쁜 모습으로 남아 미소 짓게 하네....
풀섶 한쪽에 가을색 입으며 세월의 뒤안길로 떠나는 잎새들..... 가을 빗방울이 옥구슬 보다 예쁜 이 조촐한 아름다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라지. 아직 그래도 쓸만한데, 다행히 잠시 치료하면 괜찮아지는 세월의 통과 의례 같은 시간이 지나간다. 이만하면 매우 감사한 일이다. 그 감사한 마음을 내일은 성가대 찬양으로 봉헌하련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공원 산책길, 행사로 생각보다 좀 복잡했지만, 한동안 집안에 갇혀 우울했던 마음을 씻어내며 걸었던 아침 산책이었다.
징그럽던 여름지나 이즈음이면 어디라도 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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