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여행 이야기
오대산 천마봉이 그리 험한줄이야 !
by 아침이슬산에
2006. 4. 4.
2006년 1월 14/15 오대산 소금강-천마봉-소금강 1박 2일 비박산행.
1월 14일 토요일 오전 07:30분에 분당에서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북강능IC로 빠져 청학동을 지나 소금강 오토캠프장 입구에 있는
넓은 주차장에 도착. 하얀눈만 곱게 쌓여 있고, 바람한점 없는
포근한 날씨에 나무가지엔 눈녹은 물방울이 보석처럼 달려 있다
장비챙기고 10시 15분, 마을을 지나 지그재그 산길을 한시간쯤 오르니 주인떠난 집이
한채 있는데..바박하기 딱 일뿐더러...집주변에 큰 감나무가 꽤 여러채 있다.
집채만한 배낭을 내려놓고 일행 5명은 돌도 던지고, 긴 슬링에 막대기를 매달아 던져서
감나무 가지를 흔들어대니 홍신지, 곳감인지가 우수수수 하얀 눈밭에 마구 떨어진다.
물론 떨어지며 터진 감이지만, 자연 바람에, 비에, 눈에 얼었다 녹았다 한 홍시감이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꿀맛을 이에 비길수 있을까?
시원하니 막걸리도 한잔씩하고, 아예 앉은김에 도시락 점심도 푸짐하게 먹고 출발
일행중엔 범상치 않은 산꾼이 2명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 산길이나 등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목적지를 향해 길도 아닌 사면을 치고 오르고 내리고.. 각오는 하고
따라나섰지만....걱정이 태산이다. 진달랜지 철죽인지 온갖 잡목들이 얼굴을긁고 스틱을 잡고 늘어지고, 바지를 잡아댕기고 배낭이 걸리고...진땀이 버적버적 난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죽을뚱 살뚱 따라 가지만, 거의 40도 경사도를 넘나드는 사면은
인수A 그 긴 크랙보다 더 힘들었다
'야~~ 이거 5.10도 넘잖아...! 물먹고 가자 ! 시언한 맥주 안마시냐? 엉 ?" 악을 쓰며
꽁지를 따르지만, 저들은 천천히겠지. 정 내가 안보이면 서서 이야기하며 기다리다
내가 오면 다시 자리를 뜬다. 양심도 업냐며 대들지만....추워서 죽갓다는데...
비박장비가 들어있는 무거운 배낭에 눌리어 난 정말 죽을맛이었다.
오대산줄기엔 소나무가 많다. 눈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한 500고지쯤부터 싸락눈이 안개처럼 내리고 눈도 제법 쌓여있다.
바람이 별로 없음에도 안개가 오락가락 하는통에 환상적인 상고대가 오를수록 눈을
황홀하게 해 주었다
한 700 고지 어느 안부에서 싸락눈을 맞으며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며
이 환상의 상고대를 보는 즐거움은....행복, 그 자체이다.
헉헉대며 올아온 나, 맥주 한잔 원샷후 왈.."아~ 아름답다. 모든걸 용서하겠어 !"
그런데 여기서부터 천마봉까지는 고도를 300이상 올려야 하는 깔딱깔딱 그 자체였다.
4발 아이젠은 수도없이 밀리는 낙엽위에 쌓인 눈길에 ....헉 헉 !! 드디어 능선상에 붙으니
왼쪽에서 올라온 능선이 천마봉쪽으로 향한 3거리...여긴 바람도 좀 불어주던데,,,
숨좀 돌리고 천마봉을 향한다. 조금진행하니 완전 암릉구간입니다.
아~ 씨...난 아이젠도 착용했는데 날 좋은날 같으면 몰라도 눈이 있는 암능 릿찌구간...
장난이 아닌데, 어렵게 한 10미터쯤 지나고 보니 앞이 그냥 절벽이다.
이미 오후 5시가 넘어가는데, 안개는 잔뜩끼어 시야확보도 어려운데
자세히 보니 바로 직상구간. 팀리더가 이리저리 살펴봤으나 평상시라도 암벽등반으로도
만만찮은 구간이다. 배낭을 내리고 리더가 우회길을 찾느라 살펴보고 오더니 후들후들
떨린단다...무서워서.
해서 진행했던 구간은 우회길로 되돌아 능선 삼거리서 고민.
천마봉까진 가려했지만, 도저히 시간상으로도 불가능하니 비박지를 찾아야것는데...
어느 능선을 택해도 내려가는길이 걱정스럽다. 그래서 아까 맥주먹던 곳 조금 못미쳐
조금 넓을곳을 찾아 비박준비한다. 아마 약 800고지정도 까지 내려왔지. 팀리더는 더덕캘때
쓰는 조그만 곡갱이 같은걸로 땅을 고르고, 다른남자덜은 주변에서 쓸만한 나무들을 줏어
날아와 쌓아놓는다.
북강능 IC로 나와 작은마을에서 구입한 '토치'가 위력을 발휘하여 눈으로 잔뜩 습기먹은
나무들이 금방 근사한 캠프화이어가 된다 **** 암튼, 경험많은 산꾼들...근사하고 따듯한
분위기 연출하여 젖은 수건 장갑도 말리고 고구마, 밤도 구워먹고, 낙삼불고기, 닭백숙에
설악에서 캐온 버섯으로 담근 버섯주로 참 좋은 산우들과 오대산의 겨울밤이 깊어갔다.
다음날 닭죽으로 아침을 먹고 09:00시 쯤 또 길도 아닌 능선길과 계곡을 미끄러져 내려오다 멀리 보이는 백마봉 능선이 맑게 갠 하늘아래 곱게 스카이 라인을 그린다
배낭을 메고 있는것이 아니라 업고 다니는것 같다.
길도 아닌곳으로 내려오다 어느 골짜기에 눈덮힌 낙엽속에 빠져 혼나면서
어제 그 빈집에 다시 들렀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나무를 흔들어 부지기로 떨어진 홍시를
주어 먹느라 증신이 없다...ㅎㅎㅎ 배가 부르도록...
주차장에 도착하여 남은 음식들 다시 펼쳐놓고 한바탕 먹은후에 12:30분쯤 출발.
진고개를 오르며 보니 상고대가 산 전체를 하얗게 덮었다.
눈하고는 다른 아름다움이다... 사진노출이 안맞아서 배경사진들은 실패.
진고개 정상에서 찍은 기념사진으로 대신.
영동고속도로 일단 나갔다가, 다시
속사IC로 들어가서 바로 우회전하면 구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한 50미터쯤 지나 굴다리가 있는데 그리로 들어가면 "옛날메밀국수" 집이 있는데
(033-332-1948), 이 메일국수가 정말 환상의 맛이다.
먹거리 여행...이거 참 재밋겠다. 언제 함 해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