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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향기

당신은 누구십니까?

by 아침이슬산에 2006. 9. 8.


당신은 누구십니까?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 천개 햇살을 불러내어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 
몇날 몇밤을 붉은 나무잎과 함께 세우게 하시는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갯마루에 한 무리 기러기떼를 
먼저 보내시곤 
그 중 한 마리 자꾸만 뒤돌아 보게 하시며 
하늘 저편으로 보내시는 뜻은 무엇입니까? 
저를 오솔길에서 세상속으로 불러내시곤 
세상의 거리 가득 
물 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났단 사라지고 떠오르다간 잠겨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씻을 한 접시의 소금을 빈 갯벌 앞에 놓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에 의미없이 오는 고통은 없다고 
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으로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몸을 태우고 있으나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 더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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