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마나슬루 (14년)

11일차, 라르캬 라 패스를 넘다

by 아침이슬산에 2014. 12. 8.
. . . [2014-11-06] 목요일 히말라야 마나슬루 트래킹11일차 마나슬루 최고 고개 '라르캬 라' 패스를 넘다 . . . 대망의 5,125m 고개를 넘는 날이다 이 고개를 무사히 넘어야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이 완성된다 트레킹 시작시 이곳에 눈이 많이 와서 넘느니 못넘느니 했는데 다행히 구간 내내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아서 히말라야 신께서 모든 좋은것은 다 갖추고 보여주신 덕분에 드디어 패스를 넘어간다 자정에 주방팀이 조식을 텐트로 갖고 온다 깜깜한 밤에 우리가 식당으로 이동하는것이 큰일이라...ㅋㅋㅋ 입맛이 있을리 없지만....따끈한 누룽지밥이 있어 배를 채우니 몸도 풀리고 좋다 준비해준 도식락봉지 (감자 삶은것, 겨란, 빵한개, 음료...)를 배낭에 넣고 온갖 보온장구와 스틱등 잘 점검한후 랜턴을 밝히고......기도에 기도를 한후......새벽 2시에 출발한다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 이유는 보통 히말라야는 해가 뜰때 까지는 잠잠하던 날씨가 일출후 약 2~3시간 정도만 지나면 산정에서 부터 상승하는 온도때문에 눈바람이 일며 구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9시 이전에는 패스를 통과 하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그러면 세찬 불리자드(몸이 날라갈것같은 강한바람)에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체력이 좋고 고소에 잘 순응하는 사람들은 새벽 4시정도에 출발해도 되겠지만 우리대원들은.....나를 비롯 느림보들이라서....일찍 출발한다 어둠은 때로 무서우면서도 사람을 대담하게 한다....눈에 뵈는게 읍서러리...ㅋ 카메라도 배낭에 넣었으니, 정말 가뿐하게 출발할 수 있다 의욕도 잠시 잠깐뿐.....불과 몇 발자욱만에 헉~ 고소엔 아무리 장사라도 별 도리가 없다 쉬엄 쉬엄을 반복하며 깜깜한 밤하늘 별만 바라보며 선두 셀파인 "딥'의 렌턴 불빛만 보고 따라간다 예기 듣던것 보다 눈은 그리 많이 쌓여 있지 않아서 대부분 발목이나 정각이 정도 높이이다 그것도 러쎌된 발자욱만 밟으면 좀 깊은곳도 별탈 없이 진행한다 벼량같은 위험한 곳도 없고 산비탈이 얼어붙은 곳이 있지만 이리저리 돌아 올라가는데 좌축으로는 빙하가 흘러내린 퇴석지대가 올라가는 쪽으로 높게 누워 있다 얼마나 갔을까...... 허허 벌판 같은 하얀 눈길을 하염없이 걷다보니 날이 밝아온다 어디서나 일출의 신비감은 가슴을 뛰게 한다 더군다나 히말라야 고산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황홀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아~~~ 카메라 !!! 막내포터는 내 배낭을 메고 저만치 앞서가고 있네...아유~ 속상해 부지런히 숨이 끊어질듯 빠르게 걸어 카메라를 찾아 일출 방향으로 셔터를 날린다 한방 누를때마다 숨을 잠시 멈추어야 하는데.....꼴딱 숨이 넘어가 졸도 할것만 같다 이미 신비스런 여명빛은 지나고 어느정도 빛이 흩어지며 해가 능선위로 빛올림을 하고

이어 눈부신 태양빛을 히말라야 설산과 우리에게 쏟다 붇는다

 

 

 

 

 

 

진행 방향의 우축은 6,500이넘는 체오 히말 연봉들이 우뚝 솟아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있는데....시간이 많이 지나 일출의 붉은빛은 사라져서...아쉽다

 

라르캬라는 희박한 공기에 강풍과 폭설에 눈보라로 악명 높은 곳이지만

무슨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더 없이 청푸른 물감을 뿌린듯 맑은 하늘이 있어

축복받은 좋은 날씨에 감사할 뿐이다

 

햐~~~ 정말 하늘 색감이 예술이다

이런 하늘을 보려고 이곳까지 왔나부다 ㅋㅋ

 

 

 

 

온통 크고 작은 자갈과 돌덩이에  눈길이다.

험난한 패스 트랙이 예상된다

 

 

 

 

일출을 맞이한후 다시 눈부신 하얀 고산에 벌판을 걷는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그린 하얀 하늘선....

여의도 보다 몇배 넓어 보이는 설원에 둔덕을 몇개나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진을 빼야 한다

 

트렉에 서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설원에 조각처럼 비추어 나름 멋지다 ㅋ

 

 

 

지그 재그로 이어지는 트렉.  어느 서양인 트래커가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길래

그 옆에서 나도 그림자놀이도 해 보고...

 

 

 

 

 

 

 

그런데 요란한 괭음소리에 보니 라르캬라 산군에서 만년설 한쪽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무너진 만년설의 잘린 부분은 신비스런 옥색을 보여준다.....그래서 빙하호수도, 강도 모두 옥색이다

 

 

 

눈사태가 나면 꼼짝 못하고 깔려 죽을수 밖에 없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다 ....

24-105 렌즈 덕에 제법 줌인이 되어 꽤 먼거리에서도 이런 모습을 담았으니

이번 트래킹에서 지대한 공을 세운 렌즈다 ㅋㅋ

 

 

 

 

또 하염없이 걷는다

점점 넓어지는 모래인지대의 턱을 바라보며 저기만 올라가면 라르캬 패스겠지 하며

사력을 다해 가보면 곧 나타날것 같은 라르카패스는 좀체로 나타나지 않고

점점 광대해지는 모래인지대만이 발걸움을 무겁게 하고있다.

그러나 고소로 힘은 들어 죽을 지경이지만 좌 우로 전개되는 경치는 숨이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더군다나 축복받은  날씨를 보라

어디서 이 새파란 잉크빛 하늘을 또 보겠는가?

그야말로 "환장적'이다.  정말 환장할 지경의 푸르름이다

 

 

 

점점 고도도 올리며 모레인 지대를

조심 조심 스틱에 의지해 쉬엄 쉬엄 진행하는데...보니까 내가 제일 선두다

뒤 돌아 보니 우리팀 대원들과 어느새 많아진 다른 트래커들이 섞여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

트랙 양쪽에 군데 군데 패인곳에 호수가 형성되어 옥색빛 물을 담고 있지만 가까이 가지는 못한다

 

 

 

 

아~~~~ 가도 가도 끝없는 설원 트랙

아~~~~~~~~~~~ 가도 가도 끝없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

 

저 둔덕을 넘어서면 패스 정상일까???

모르는게 약이여~

 

 

 

 

 

그 둔덕을 넘어서면 숨었다가 또 나타나는 설원....하~~

시베리아 벌판이 이럴까?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은 깨알만하게 보일 정도로

실제로는 사진에서보다 상당히 먼 거리다

 

 

 

 

슬슬 지쳐간다

여기서 퍼지면 진퇴양난인데

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도 풀릴것만 같아 겁이 난다

너무도 힘들고 숨이 차서 무언가를 먹는것도 쉽지 않고 시간이 지체되는 부담도 크다

 

이럴때를 대비해 포도당 알약을 준비해 왔는데...한알 먹고 좀 진행해도 힘드러~

두알째 먹고......다시 3알째 먹으니 조금은 진정되고 걸을만 하다

 

조심 조심하며 물도 마셔가며.... 한없이 걷는다

 

 

 

 

 

 

 

 

 

 

라르캬라 피크 건너편, 진행 방향의 오른쪽 산군이다

지도에 보니.....6,500대의 고산임에도

눈앞에 가까이 느껴지고 등반을 하는 사람이라면 단숨에 오를수 있겠다 싶은 욕구에 빠질듯하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소정씨가 딥의 호의를 받으며 오고 있는데

발걸음이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웬일이지 ?  영숙씨도 안보인다...그러나

내코가 석자라고......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체력 안배를 잘해야

민폐 끼치지 않고 무사히 패스를 통과할 수 있으니

기다릴 시간도 없이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걷는다

 

가이드가 잠시후 알려주는데....두사람 다 고소에 악전 고투중이라 한다

아 큰일이네 아직도 갈길이 먼데...

 

히말 두번이나 경험있는 김선생은 여유롭게 잘 진행 하고 있다

 

 

 

 

아~~흑 파란하늘 ~~~~~~

아무리 봐도 사람 환장하게 하는 아름다운 푸름이다

 

그나 저나 저 까마득한 언덕을 올라서면 고개정상일까?

하얀 능선 끝자락에 무언가 보이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아~~ 제발~~~~ 저곳이 정상이기를...

 

 

 

 

 

드디어 죽을 힘을 다해 도착한 "라르캬 라" 패스 정상이다

뒤로 라르캬피크(6.212m) 산자락이 우뚝 장대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고

주변은 크고 작은 자갈과 바위덩어리들과  바람이 하얀 눈으로 모든것을 덮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우려했던 많은 양의 눈은 쌓여 있지 않고 웬만했으며

날씨가 최고조로 좋고 약간의 바람이야 있지만 블리자드같은 무서운 바람이 없어서 너무도 다행스럽다

 

마나슬루 산군은 동쪽의 부리간다키(Burhi Gandaki)와

서쪽의 마르산디(Marsyandi)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고개가 마나슬루 산군의 제일 북쪽으로 
두 강의 원류가 라르캬라(Larkya La) 고개에 연결되어 있고

패스를 마루금으로 체오히말, 라르키아히말, 페리히말이 지형적으로

북쪽의 티벳국경을 가룬다.

 

 

 

그나 저나 이제 부턴 하산을 걱정해야 한다

직벽에 가까운 급경사의 길이 눈에 덮혀 있을 터이니......

바람이 일기 전에 부지런히 내려가야 한다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이 순간을 즐기자

만세 !!!  

여러분~~~~ 

나 5,125m 라르캬 라 패스 정상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 !!!!!

 

 

 

진정하고 다시 잘 찍자 ㅋㅋㅋ

 

 

 

패스 정상을 찍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일행이 찍어 주셔서....기념이 된다 ㅋ

 

 

 

 

그런데....

 

걱정되는 소정씨와 영숙씨가 안보여 애가 탄다

무사히 잘 와야 하는데....이미 고소가 진행됬다면 큰일이네

하느님, 성모님,

히말라야 산신령님 우리팀 전원 무사히 잘 넘어가도록 힘을 주십시요~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 한 트레커도 좀은 힘들어 보이는데

천천히 진행하며 도착해 타르초 몇장을 걸어놓으며 의미를 부여하는것 같다

 

 

 

 

 

 

 

 

 

팀원들 기다리며...

다행이 나는 체력 조절 잘 한덕에 민폐없이 잘 도착했으니....아주 기쁘다

일행 기다리며 사진 몇장 찍는 행복감에 빠질 자격도 있지 않을까? ㅎㅎ

 

 

 

 

 

타르초를 걸어논 정상에 발을 찍고 와야지...

지나온 트랙을 내려다 보며, 진한 감동과 감회가 서린다

 

 

 

저기 소정씨가 딥과 함께 마지막 힘을 내어 정상 능선으로

올라서는 모습이 보여, 참으로 다행이라 안도의 숨이 절로 나온다

 

 

 

 

일행들 올라오면 모여 환희의 포옹이라도 하려고 기다리는데

능선에 올라서자 마자 바로 하산방향으로 내려가고 만다

고소에 너무나 시달려 힘이 드니 이것저것 생각 할 여력도 없이

빨리 하산하는것만이 최선인지라.... 패스를 그냥 패스해 버리네

 

헐레벌떡 놀라서 자리를 털고 하산길로 뒤따라 나서다가

이 요상한 멋쟁이 포터를 보니 한장 안찍을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내리막이라고 훨 편하다

라르캬라 정상에서 내려오다 돌아보며 기념사진

 

 

 

 

온통 자갈과 크고작은 돌덩이들의 너덜길

발목없는 등산화를 신은 나는 내내 마음 졸이며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다

스틱 없었다면 아마도 중간에 죽었을것만 같다

 

 

 

 

하산길이라 바로 내리막일줄 알았는데 웬걸?

다시 설원같은 길고도 긴 너덜인 능선 따라 또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건너편으로 초대형 설산의 중후함이 마주 보이지만.....얼마나 멀까.....

기운이 쭉  빠지는것 같다

 

 

 

 

저 아래 소정씨가 죽을 힘을 다해 내려가고 있다

따라잡아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은데

도무지 발을 빨리 움직일수가 없고, 길이 험해 그럴수도 없다

 

 

 

 

 

 

 

 

 

말이 하산길이지.....ㅠㅠ

 여기도 고원평야 같이 높은곳에 황량한 벌판 수준이다

 

 

 

 

근데 짐을 지고 거꾸로 올라오고 있는 포터들은 모냐?

설마 이쪽으로 지금 산행중일까?

 

 

 

 

그런데, 꽤 여려명의 포터가 짐을 올리고 있었다

 

 

 

 

다람살라에서 새벽 2시에, 우리팀이 제일 먼저 출발 했건만

3시~ 4시 넘어 출발한 외국인 트레커들 대부분이

 진즉 우리들을 추월해서 우리팀 외에 불과 몇명만 하산길을 밟고 있다

 

 

 

 

드디어 마주친 소정~

거의 초죽음 상태다...말을 걸어도 대답도 못하고

눈은 감겨있고, 몹시 힘들어 보인다...아~ 어쩌면 좋아?

 

 

 

하산 경사도 점점 더 가파라 지기 시작하고

트렉은 그나마 걸을만 하지만 주위에 쌓인 적설량도 제법 상당해 보이는 곳이 많다

 

 

 

 

내리막길에서 건너다 보이는 산군 하단부는 역시 7천대 체오 히말 방향 (맞는가 몰것다) 에서 부터

흘러내리는  빙하계곡 지대인데, 얼핏 부분만 봐도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그런데 비교적 완만하던 하산길이

갑자기 뚝 떨어지며 고꾸라질것만 같은 급경사면의 내리막이 나타난다

여기서 부터가 그 말로만 듣던, 라르캬라 패스의 악명 높은 급경사 하산길인가 보다

 

주변은 대단한 너덜이 즐비하니 매우 조심해야겠다

급경사 너덜지대를 내려가서

좀 너른 눈길을 지나 다시 뚝 떨어지는 급경사의 눈길이 이어진다

 

 

 

 

한 100여 미터 내려서서 올려다 보니 까마득하다

대단한 경사면이다

 

 

 

일행분이 담아준 내 사진이다

똑바로 내려오면 앞으로 내리 꽂을둣한 비탈길이라 게걸음으로 발을 옆으로 딛으며

조심스러이 내려 오고 있다

 

 

 

 

 

힘들고 조심스러운 하산길에서도

건녀편 산군의 7천미터급 거대한 히말라야의 모습에 순간순간 넋을 잃을것 같다

 

 

 

 

 

300여미터쯤 더 내려가니 적설량이 점점 많아지고

저 아랫쪽엔 급커브로 보이는 곳도 있는데 더 나가면 절벽이다

사람들이 엉금엉금 앉아서 더듬으며 내려가는 모습이 멀리 보이고

또 이 지점쯤 부터는 바람도 만만치 않게 불어댄다

 

내려온길 뒤돌아 한장 사진을 담은후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집중해서 내려간다

 

 

 

 

날씨가 워낙 좋아 시야는 확 열려 있어 매우 다행이지만

우리의 트레킹 진행 속도가 좀 느리다 보니 예정했던 시간을 많이 초과 해서

아까 내가 라르캬라 정상 도착 시간이 벌써 9시를 넘겼고

지금 이곳 통과 시간이 오전 11시 가까이 된것 같다 (카메라에 내장된 시각으로 추산함)

 

천만 다행인것은 좋은 날씨덕에 블리자드는 없지만

제법 세찬 바람이 뒤통수를 후려치며 소름돋게 하는통에

고아자켓 모자를 올려 쓰고 버프로 얼굴도 단디 가린후, 가능한 산쪽으로 붙어 눈길을 내려간다. 

벼랑쪽은  잘못 미끄러져 구르면 그대로 휚~ 날라야 한다

사실 눈으로 보기엔 그닥 험한 벼랑은 아닌듯 하지만......눈이 깊게 쌓여 있어 위험할 것이다

 

일부 외국인 트레커들은 겁도 없이 앉아서 미끄럼을 타는 사람도 더러 있고

어느 외국 여자는 도무지 무서워 움직이질 못하는 통에 일행과 셀파가 눈에 푹푹 빠지며

손을 잡고 조금씩 움직여 내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벌벌 기다시피 어느정도 눈길 하산을 하니

수정씨가 어느새 먼저 내려와  있다...너무 고통스러우니

초인적인 힘으로 냅다 내려온 모냥이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어느정도 눈길 하산을 한후

바람은 세게 불고 춥지만, 배가 너무 고프고 기운이 없어서

그냥 대충 아무데서고 걸치고 앉아 싸온 도시락을 풀어 뭔가를 먹어야 했다

 

근데, 삶은 감자도 겨란도 너무 차가워져 맛도 없고 못먹겠다

사과 한개를 겨우 먹고, 미리 락앤락 통에 넣어온 미숫가루에 물을 부어 마시니 좀 살것 같다

영숙씨는 물도 못마실 정도로 지쳐있다

나는  배낭속에 있던 쏘세지와 육포, 초코렛도 조금씩 먹고 기력을 회복하는데

두 여자대원은 고소증세에 머리 아프고, 졸립고 토하고  기운없고 날리도 아니다

 

에고....영숙씨가 축 쳐진 모습으로 바위에 기대어 있다...딱해라 ㅠㅠ

 

 

 

잠시 모두 기운을 조금 회복하고 하산 계속이다

아 그런데, 그 가파른 경사의 눈길을 내려 오면 하산 거의 끝이지 싶었는데

 빙하계곡 가까이에서 다시 좌회전 하더니 또 다른 능선길을 하염없이 걷는 것이다

 

히말라야의 산은 작은것이 없으니 웬만하면 설악산 만하고 작아도 관악산만 한것 같다

정말, 발아프고 다리 아프고 몸도 마음도 지쳐서 죽을맛이다 

그래도 위험지역을 무사히 통과는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얀 겨울에서 다시 갈색 가을 산을 마냥 걷다보니

오후 2시반.....이제 오후 햇살에 따듯하다

잡풀과 거칠고 큰 돌덩어리들 사이로 한없이 간다

여기서도 한시간 이상 내려 간다네......에고고~ 죽여라 죽여~

 

머 그래도 아직 12시간 정도 걸렸으니 2시간이나 남았네  ㅋㅋㅋ

 

 

 

 

조금만 더 힘을 내 영숙씨......다리가 휘청휘청 하며 내려간다

 

 

 

 

아뭇소리 없이 오직..살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아래로 아래로 발걸음을 옮기는 소정씨.....

 

 

 

드디어~~~~

길고도 험난했던 마나슬루의 최고 고개  5,125m 라르캬라 패스를 무사히 넘어서

공포의 하산길도 무사히 마치고, 징그럽게 긴 산길을 통과

오늘의 목적지인 빔탕 (Bimtang, 3,740m) 이 내려다 보인곳에 이른다

 

빔탕은 날카로운 히말 미봉에 둘러싸힝ㄴ 분지로

넓은 모레인지대 한퀴퉁이에 초지로 이루어진 분지이다

박달나무가 무성한 산경사면 이로 마나슬루 (뒷쪽 서벽)의 장엄한 설산이 버티고 있고

푼기히말 (Phungi Himal 6,538)  힘룽 (Himlung 9,126) 람중, 체오히말이 조망된다

 

 

저렇게 눈앞에 보이는데도 또 거의 한시간 가까이 걸어야 했다

그래도 저 긴 구간을 보온병에 따듯한 물과 차를 갖고

주방팀 막내가 마중나와주어서 얼마나 맛나게 차를 마셨는지....

덕분에 피로가 싸악 풀리는듯 햇다

 

 

 

건너다 보이는 멋진 설산은 안나푸르나 싸이트에 속하는 산이고

사진의 맨 왼쪽 능선은 마나슬루 서북쪽 자락인데...마나슬루 북봉이 뾰족 보인다

그러니까 사마가온에서 마나슬루 2봉우리를 앞에서 보면서

북쪽으로 올라 돌아서 완전히 마나슬루 뒤로 넘어온 것이다

그래서 마나슬루 어라운드 트레킹이다

 

 

 

오후 3시반...

결국은 빔탕에 도착한다

마을이 있는곳 까지 가는 초원에 동네 처자들이 모여 까르르 거리며 놀고 있다

그 나이엔 소똥 구르는것만 뵈도 웃는다더니....얘네들 웃느라 정신 없다

 

 

 

가끔 만나는 외국인 트레커들이 그들에겐 다른 세상처럼 보일것이다

수줍어 하면서도 궁금해서....카메라  모니터에 보여진 즈그들 사진을 보며

또 한바탕 웃고 난리다 ㅋㅋㅋ

 

 

 

 

.

.

.

 

5천백 고지에서 3천7백 고지로 뚝 떨어졌으니

오늘은 그간 참았던 맥주를 한잔 마셔야겠다

무사 하산을 축하하며, 수고한 자신에게 대견함과

이 모든것들이 가능하게 해 주신 하느님께 무한 감사를 담아

네팔 맥주를 한잔 하고 길고도 긴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