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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여행 이야기

죽다 살아난 설악대청의 회오리바람 (05년 2월 19~20일)

by 아침이슬산에 2006. 3. 3.

매 겨울 실시하는 산방의 정기 겨울설악회동 이었다 05년 2월 18일....
산방에 올린산행기 대부분을 옮기며, 사진 몇장 추가한다
* * * * *
강원 설악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이슬산방 겨울설악회동이 가동 되느냐 마느냐며 출발
직전까지 속을 태우다가....오색에 길이 열렸다 하여 일단 2월 19일 동서울서 첫차로 출발한다
어둑한 서울 새벽공기가 시원한건지 추운건지...좌우간 터미날에 들어서자 벌써 낡은회장님과
에트랑제님, 베리야님이 오셔서 기다리고 있었고, 곧 제맘대로 수락산 두분 납시고..울탈님께
전화하니 잠실 통과했답니다.  잠시후 일행 일곱명이 들뜬마음을 억제하며 속초행 뻐스를 타고
우하하~~~~~ 드뎌 하얀 설악을 간다....지둘려라~~~~~
제맘대로랑 낡은님이 있는데 얌전히 가것습니까?  뒷좌석에 진을 치고 남자들 사이로 
초록색병이 왔다갔다 합디다.....내 비상식량 치즈를 할수없이 내놓습니다.
드디어 오색에 도착하여  , 아이젠, 스페츠등 으로 무장?하고 매표소를 통과.....
싸락싸락 약간의 눈발을 맞으며 딱 한사람 통과할만한 길을 걸어 설악으로 들어갑니다.

대청을 거쳐 중청에서 일박을 계획하고 나서지만, 혹시나 해서 아침이슬과 베리아는 비박장비를
대형배낭에 준비한다.  배낭이 크긴 하지만, 이혹한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온통 하얀천지....눈이 부신 아름다움에 취해서 자꾸 걸음이 멈추어진다

뽀드득 뽀드득 발에 밟히는 눈소리가 어찌나 청냥한지....온통 산속은 그 깊이를 알수 없지만
정말 엄청나게 많은 눈으로 덮혀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는 너무나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있어서 입을 다물수가 없을 정도이다.

에트선배님이 '이슬의 미소' 라는 제목을 붙여주신 사진....맘에 든다..히히

주력좋은 에트님, 낡은님, 울탈님은 벌써 안보이고 거북이걸음인 아침이슬이랑 수락산님은
베리아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뒤에 쳐져서 천천히 오르는데 , 오색에서 대청 오름길은 
상당히 경사가 있어서 안그래도 힘든데 날씨가 너무 추어서 손이 금방 시려워오니....
불편하지만 벙어리 장갑을 끼고 오르려니 사진찍기가 여간 어렵질 않습니다

아침 10시7분에 출발해서 설악폭포 도착해서  산방에 뉴페이스 에트랑제 선배님이 새로오신 턱을 하시는지 맛난 쌘드위치로 점심준비해 주셔서  따듯한 인삼차와 함께 점심을 먹지만 너무 춥고 바람 불때마다 나무가지에서 떨어지는 눈으로 허겁지겁 먹고 다시 출발.... 
아챰슬만 나서면 항상 널널 먹자 산행이다.  좀 쉬기도 할겸, 한켠에 눈을 헤치고 앉아 
멀리 보이는 설산들을 내려다 보며 한잔 두잔 홀짝 크으~~~ 우찌 그리 맛있는지 몰러 ^^
우모를 입지 않은 맘대로와 수락산님은 좀 고생했다

65리터 대형배낭속에 동계장비외에 요렇게 먹거리가 들었으니 을매나 무겁던지...
남는게 시간뿐인데 머하러 일찍 갑니까? 맘대로님을 꼬드겨서 지글지글 군만두를
구워먹는데....요맛이란 !!
힘겹게 얼마를 오르니 저기 중청이 보인다 보여!! 쫌만 지둘려 금발 갈께 !

 

대청으로 다가 갈수록 바람도 세차지고 정말 춥습니다.

눈을 감아 안고 휘돌아 치는바람은....가이 위협적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기가 힘겨운 진행 

조기 대청 벙커가 보이는데...보이는데,,,,조금만 더...

휘돌아친 바람앞에 고개숙이고 전진을 못하고 있는 아침이슬 !!

이번 설악산행 사진 작품상이닷!

대청밑 벙커에서 내다본 회오리바람.  눈을 휩쓸어 올리며 몰아치는 바람은..그소리도 무시무시하다

 

잠시 숨좀 돌리고 바라클라바 모자 장갑 스틱등 장비 복장등 재정비 한후....

대청정상을 향해 출발 !!!

 

한 15년전 여름에 올랐던 대청바람에 몸이 휘청하여 여자들은 스크럼을 짜서
남자들 뒤에 바짝 붙어 바람을 피해 겨우 넘었던 기억......그건 코끼리코에 비시겟또였슴다

 

바람이....


바람이................


바람이..........................세상에나 세상에나 장난이 아닙니다.

 

눈바람이 휘몰아쳐 얼굴을 치는데 모래로 때리는듯 따갑고 아프고 눈을 뜰수가 없습니다.
기를 쓰고, 정말 기를쓰고  발을 옮기는데.. 갑자기 휘~청 !

아침이슬 나동그라 집니다. 문제는 그 다음동작이 안됩니다. 그대로 날려갈것 같습니다.

 

헉 ! ...


"빽 !!!......   빽 !!!!!!!!!!!!!  빽 !!!!!!!!!!!  베리아님이 악을 씁니다

 

전부 혼비백산이 되어 무릎위까지 푹푹 빠지는 눈위를 지나 벙커로 후퇴를 합니다.

가슴이 벌렁벌렁....눈들이 전부 충혈되고 호흡도 거칠어지고.....증신이 없습니다.
잠시 쉬어서 다시 재정비 해서 출발해 봅니다.


대청을 넘어야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할수 있고 상황이 천불동쪽으로 길이 나있으면
그리 가야 하니 저 대청을 넘어야만  합니다.

 

자 아자 아자!!  화이팅 !! 을 외치고 다시 출발~~~~~~~

 

헉 !
읍 !.....


컥 !!!  ...............

 

아침이슬 또 바람에 휘청하더니 나동그라집니다.
바람결에 울탈님 소리가 들리는데...."이슬성 가야되...힘내 !!"

너무나 너무나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데
몸을 가눌수도 없는데...결정적으로  도저히 호흡이 안됩니다. 


다급한 베리아님 소리가 들립니다.  "안되...빽 !! 빽 !! 큰일나겠어 이러다 사고납니다!"


나동그라진 아침이슬 배낭을 잡고 들어올리는데 아침이슬이 움직이질 못하고 바람결에
계속 밀립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슴다.
겨우겨우 베리아님이 끌어댕겨서 거의 호흡을 멈춘체로 질질 끌리다시피 벙커로 돌아왔는데
다른분들은 약간 진출을 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것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벙커로 돌아와서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차리고 벙커에서 비박을 준비합니다.
다행히 만약을 대비해서 베리아님과 아침이슬은 비박장비를 갖추어왔는데 그때문에
배낭이 커서 바람맞는 면적이 크고 빠른 동작을 할수 없었던것도 같습니다.

 

잠시후 낡은님이 벌겋게 얼은 얼굴로 벙커로 오는것이 아닙니까?
2명이 못왔으니 상황파악도 하고 다시 델꼬갈려고 왔지만......
아침이슬 이미 맛이 갔는데...도저히 갈 용기가 없지요. " 나 못가요..!!" 


낡은님 다시 대청으로 넘어가고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아마 이때가 한 6시쯤 되었던것 같습니다.
어쨋든, 벙커안의 너저분한 것들중에 사람들이 먹고 버린 나무젓갈 주워모으고
마침 각목이 몇개있어 분질러 그것들로 불을 지피는데....베리아님의 일사불난한 동작으로
금방 비박 준비가 됩니다만, 이곳도 실내라고 공기 회전이 안되어 연기가 자욱하게 찹니다. 
눈물 콧물 쏟으며 그래도 불을 결국 피웠지요....체온을 뺏기면 안되니까. 


부채질로 불꽃을 살리며 발을 녹이는사이 베리아님은 후라이펜에다 죽을 만듭니다.

아래 사진은 에트선배님이 이미지로 당시 벙커안을 그려낸것인데...근사하다  ㅎㅎ

 

비박장비도 있고  술도 있고 베랴님 배낭속엔 곱창전골도 있심다.  그러나 속으로 좀 걱정이죠.
그곳이 다른곳이 아닌 2000고지 대청이니 벙커속 바람이야 좀 막겠지만 이제 밤이깊으면
온도가 을매나 떨어지것습니까?  저 지피운 불은 얼마후면 다 타고 없어질거고 그때부턴
손날로2개와 눈을 녹여 뜨거운물을 날진통에 넣어 안고 있어야 할겁니다.

베리아님이 석유버너를 갖고오느라고 넉넉하게 석유도 있고....머 얼어죽기야 하겠나 싶지만
그래도 맴속으로는 고생을 각오합니다.  먹을것 천천히 다먹고나면 옷이란 옷은 다 입고
우모도 입고 우모 벙어리장갑, 우모신발까지 입고 배낭속에 침낭을 넣어 들어가서 또 크다란
비닐로 뒤집어 쓸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무신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처벅처벅  발자욱 소리가 들리고 시커먼 그림자를 안고 크다란 아저씨가 눈만 빼꼼나온
복장으로 쑥~ 들어오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들어서자마나  매우 고압적이 부니기를 풍기며
발로 주변 눈을 쓸어모아 기껏 지펴논 장작불을 확 꺼버리며 "빨리 배낭싸요.
여서 나가야합니다... " 이론~~~쓸~


이때 난 국립공원에서 불폈다고 혼내주러온 사람인줄 알았다.
베리아님이 항의를 하니...."조난신고가 들어와서 데리러 왔답니다"  이런 세상에 !

 "우리 조난 아닌데요? 여서 비박할겁니다. 장비다 있어요" 하고 뎀볏죠.
아님 오색으로 내려갈수도 있어요.  박박우기는데 그 아저씨뒤에서 상당히 밝은
조명이 버티고 있다가 나를 비추며 들리는 말이.........

 "이렇게 구조 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하드라구요. 

깜짝놀라서 누구세요? 하니 KBS2 TV에서 나왔답니다.  이거야 원~

나중에 알고보니 조난자를 구조하는 장면을 찍기위해 일부러 요란하게 글케 연출했답니다


근데 우리 여기 있는건 어찌 알았소 하니 중청대피소에서  구조요청으로 올라왔다는겁니다,
아하~~ 알았따.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사실 속으론 얼마나 마음이 놓이고 고맙던지.....

 

그런데요 저 대청 2번이나 공략하고도 실패했어요. 도저히 몬갑니다.  울상을 하니
살살 달래면서 걱정말랍니다 남자3명이 왔으니 믿고 가잡니다.  생각해보니 이 추운 벙커보다
낫겠지 싶어 겁이 나면서도 갑니다.  덩치큰 아찌가 제 배낭 둘러메고 한분은 왼손에 큰렌턴들고
오른팔엔 제가 꽉 쥐고.  심장이  벌렁벌렁....또 호흡이 막 불규칙해지고
숨차고 바람은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니 그 직원등에 얼굴들 묻으며 게걸음으로
바람을 등지고 가는데 몇번이나 몸이 날릴듯 자빠지지만 직원에 매달려 억지로 천신만고끝에
중청에 도착합니다.   낡은님과 에트님이 밖에서 기달리고 있고, 놀라운건 그 촬영기자분은
맨손에 옷도 허술해 보이는데 대청바람보다 더 빨리 날르듯 앞서고 뒤서고 하면서
사지?에서 생환하는 저를 찍어대는겁니다. 기도 안차 !

 

 

 

바루 이 기자아저씨....연신 우리주변을 돌며 촬영하며..인터뷰하며....직업정신
투철합디다.  설악에 폭설을 촬영왔다는데 우리들이 기찬 대박감을 안겨준거죠..
공단직원들 폭설속에 출동하고 구조하고 하는 내용이 확실하게 찍힌겁니다.
이번 수욜 오후 7:30분에 방송되는 '무한다큐" 프로랍니다.  거기 아침이슬 조난당한
아짐씨로 나올겝니다.  쳇! 

 

따듯한 대피소에 오니, 수락산님이 따끈하게 끓여논 찌게랑 밥을 주는데...

"왜 먼저 먹지 그랬어"  하니  형님이 못왔는데 밥이 넘어가요? 한다...부둥켜 안고 울었다 둘이...

 

 

그런데 알고보니 저를 데리고온 직원은 베리아님이 아는분이드라구요 글쎄.  양선생님.

중청대피소 계장님과도 생환기념 촬영 ...ㅎㅎㅎ

 

중청대피소에 날씨상황을 알리는 게기판에 보니 풍속 17m....이게 순간순간 휘몰아칠땐 아마도
25m도 넘을듯 하고, 새벽 한 두어시쯤엔 온도가 영하 20이상 내려간다니, 체감온도 30도쯤에
바람까지 불면 족히 영하40도도 될지 모릅니다.  아무리 벙커안이지만, 장비가 있다지만,
사실은 사고칠뻔 했시유.  제맘대로님이 조난됫다고 뻥티기해서 신고 안했으면.....

그렇게 날리를 지긴 하룻밤을 무사히 잘 넘겼슴다.  하늘이 쾌청청 해서 일출이 장관이겠지만,
일출보러 대청 또 갈순 업고... 여명이 밝아오는 대청의 새벽....

그 무섭게 몰아치던 바람도 좀 자고 고요한 새아침을 열고 있는 대청이 위대해 보인다

 

햇살이 퍼지고 다시 설악의 아름다움도 눈에 보인다

 

 

하늘이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울산바위, 공룡, 마등등이  위용을 드러내고,  저 멀리 동해 바다도 보이던데...사진엔 안잡힌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둘레둘레 구경하려니 탁구공 2개가 빼꼼 내려다 보며 그럽디다....'어제 혼났쟈?'

아침을 낡은님이 갖고오신 해물탕으로 먹고 진짜 단디단디 준비하고
이번엔 낡은님과 베랴님을 번갈아 꽉잡고 다시 대청을 통과 오색으로 귀한합니다.
어제보담야 들하지만 여전한 대청바람....징그럽습니다.

 

참 이사진은 볼수록 인상적이다. 

 

또 다시 사선을 넘어...

구사일생 !!

 

 

다시 벙커로 와서는 우모등을 벗고 옷을 가볍게 입고 이제부턴 널널 거리며 하산.
신나게 미끄럼도 타고...눈이 워낙 많아서 아무데 자빠져도 안아프지만  눈속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무지 힘듭니다.  그래도 모두 눈속에 엎어져 미끄럼 타고 구르고....신났다.

정신차리고 보니..여전히 환장적인 이 아름다운 설악을 어쩌랴 !

 

주전골로 들어서니 저기 점봉산이 보인다. 

점봉산....설악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그곳.....깊은 생각에 빠져 걷는 아챰슬.....

 

무사히 뻐스를 타고 서울로 잘 돌아왔다.

 

 

너무나 춤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정말 잊지못할 산행으로 기억될거다.
모두 큰 고생하셨어요.  없어진 대원찾으로 그 엄청난 대청을 두번이나 오간
낡은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애태우며 기다려준 수락산님, 제맘대로님, 한울타리님,
처음산방에 오셔서 된?산행하신 에트랑제님......감사합니다. 눈물겨운 우정 잊지못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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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다시 봐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대청바람에 대한 기억.....

그렇게 설악을 가도 대청은 생략하고 다녔는데, 이젠 정말 다시는 안가고 싶다.

그래도 살아 남아서 이런 기억을 더듬고 있으니....참 !!

 

아래 사진은 중청계장님이 감사메일 답장에 붙여온 그림이다.

이버겨울은 설악을 한번도 못들어가 아쉽기 그지없다.  양선생님과 계장님께

안부라도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