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마나슬루 (14년)

고마운 이별

by 아침이슬산에 2020. 10. 22.

[20-10-15]

 

 

 

대부분 이별은 아쉽고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그런데 나는 오늘 이런 이별을 고맙게 생각하며 작별의 인사를 궂이 남기고 싶어졌다

바로 내 등산화 한켤레 때문이다

 

금강제화가 모회사인 버팔로에서 나온 발목 짧은 등산화를 14년도 봄에 홈쇼핑에서

다른 트레킹화 1켤레를  판매하며 써비스로 붙달려서 따라온 일반 등산화이다

그때는 아직 산 좀 다닐때라 이미 꽤 좋은 등산화인 이태리 명품 잠발란 중등산화가 있어서

캠프라인도 아닌 이런 이름없는 등산화는 거들떠도 안보던 때...ㅎㅎㅎ

 

 

그런 그 등산화를 14년도 10월~11월 히말라야 마나슬르 어라운드 트레킹 원정가면서

혹시 몰라 2nd 슈즈로 갖고 갔던것.  

이미 히말 여행기에 자세히 잘 기록되어 있지만,..  4~5일쯤 지날때쯤 그 잘난 잠발란 등산화가 바닥이 떨어지면서

(사실을 예기하자면... 한 10년 가까이 되었고 자주 신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졸지에 초장부터  이 버팔로

경등산화로 마나슬루 5,125m 라르캬 라 패스를 넘는 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후로도 무려 6년을 매년 가벼운 등산이나 동네 산책등 다닐때 꾸준히 신어 왔는데

19년도 초에 뒤축이 닳아서 버릴까 하다가 어찌나 신발이 튼튼한지..... 또 정이 담뿍 들어서

금강제화에 가서 뒤축 창을 갈아서 거의 2년 동안 또 아주 잘 신었다

 

그런데 올 여름에 보니 그 튼튼하던 등산화도 어쩌지 못하고 수명을 다했는지 고칠 수 없는 부분에

두군에 흠이 생기고 요 얼마전 보니 바닥창도 떨어지려 한다.  다시 창갈이 하기엔 너무 낡아서리.....

몇일 고심끝에 결국 보내기로 했다

 

현관에 몇일 힘없이 낡은 모습으로 앉아있던 내 등산화......

소모품인 신발을 버리며 이렇게 눈물이 날듯 가슴이 절절할 줄이야 !!!! ㅠㅠㅠㅠ

그만큼 힘든 히말라야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나를 살려준 고마운 버팔로 등산화,

안녕

고마워~~ 정말 고마웠어.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해준 너를 잊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애정을 담아 마음을 남겨본다

 

 

 

히말라야 당시도 이 신발에 어찌나 고마웠던지.... 구구절절 하다 ㅎㅎㅎ

사진 찾느라 몇년동안 열어보지도 않았던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기를 여기저기 열어보니 가슴이 벅차온다.  

벌써 6년 세월이 후딱 지난지금.....  다시는 못갈 곳이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여행기로 남아서 귀한 보물처럼 두고두고 나를 살게할 힘이 되어준다

신발사진 찾다가 여기저기 추억이 되살아나 몇장 다시 올려본다

 

 

 

 

▽고산에 적응하며 천천히 완만한 산길을 몇일 걷던 산중 마을.

눈에 보이는것 모든것이 신기하고 온갖 기대감으로 무조건 즐겁기만 했다는....

 

▽ 점점 만년설이 덮힌 거대한 말라야 산군이 보이면서 심장이 쿵쾅거림을 참으며 걷던길.....

저기 보이는 만년설은 마나슬루봉 어깨서 흘러내려온 산자락이다.

 

 

 

마나슬루봉 등정을 위한 전진기지 마을 사마가온을 출발하여  패스를 향해 진짜 어려운 등반이 시작되던 길....

 

라르캬라 패스를 향해 설원이 시작되며 고도와 싸우며 걷던길....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이는 패스를 향한 발걸음....

 

우리팀엔 5명중 1명 진즉 낙오, 4명 도전중에 2명이 심한 고산증으로 저 길이 지옥 길이었다는....

 

그리고 대망의 라르캬라 패스 5,125m 정상을 밟으며 환희를 맞보았다

버팔로 등산화와 정상을 밟고 감격의 순간

 

 

이제 더 무서운 하산길....

눈덮힌 경사길도 무섭지만, 바람이 많이 세차게 부는 구간이라 좀 더 진행하면 나오는 길에서 부터는

사진도 없다.  그리고 다음 마을까지 어찌나 멀고도 멀던지...... ㅠㅠㅠ

 

 

 

이런 너덜 구간도 많고, 징그럽게 걷고 걸어야 했다

 

 

고도가 많이 낮아지면서 숲도 나오고 숨쉬기도 수월해지지만

돌과 바위가 많아서 발목 짧은 버팔로 내 등산화는 고생이 많았다

 

드디어 숲길을 벗어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비포장 평지길을 또 몇시간 걸어야 했다

 

 

 

 

 

그럼에도 히말라야가 주는 강한 기운과  아름다운 거대 풍경을 보며

순간순간이 참 고맙고 좋았다

 

 

안녕 벌팔로 내 등산화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나를 지켜줘서 정말 고마웠어~~~~

이제 영원한 이별이지만, 슬퍼하지 않을께..... 이렇게 사진으로 남았으니 오래오래 기억할께..... 안녕 !!!

 

최선을 다한 등산화의  여정이 담긴 여행기 다시보기 ... blog.daum.net/morningcrew/13745445?category=785018

 

 

 

아쉬운건..... 버팔로에서 이 좋은 등산화를 다시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홈페이지를 찾았는데.... 없다.  주력 종목이 아니라서인가 보다

그때 같이 산 트레킹화는 덜 신어서인지 아직도 몇년은 거뜬하여

운동화 세탁을 처음 맡겼다.... 더 오래 잘 신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