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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난거

여름엔 역시 시원~한 모밀소바

by 아침이슬산에 201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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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2]



계절마다 입맛 당기게 하는 음식들이 있다

여름엔 역시 시원한 맛, 시원한 느낌의 음식이 초고지...

이북출신인 우리집은 평생토록 평양냉면을 찾아 먹는데, 일산에는 우래옥 같은 맛의 평양냉면이 없다

얼마전부터 비슷한 맛을 내는 냉면집이 있어 가끔 찾기도 하지만, 아쉽다


또다른 여름 입맛을 당기는 것에 냉메밀국수가 있다

웬만한 사람 다 좋아하는 메밀국수..... 그 중에 나는 일본식 냉모밀 소바가 좋다

정말 맛있는 쯔위에 소바를 푹 담가서 먹는 맛이란 !!!! ㅋㅋㅋ


파주 가는길에 '강릉 해변 막국수'도 맛이 좋아서 몇년째 여름 입맛을 달래는데

메밀 소바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소바가 그립다.  

남산타운 살때는 남산을 걸어서 명동을 지나 광화문 까지 걸어가서

'미진' 에서 메일 소바를 먹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일이 매우 즐거웠었다


올해는 손녀딸 돌봄이 하느라 시내를 거의 못나가다가

모처럼 일요일 갑자기 발동이 걸린다. 

날씨도 한달째 가마솟처럼 찌는 무더위에 집에 있기도 힘들고 하여

전철을 타고 휘리릭 광화문으로 나간다


오랜만에 전철을 타니 전처럼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있기 까지...ㅎㅎㅎ

구파발을 지나며 지상 구간에 들어서면 그 옛날 그렇게도 열심히 들락거리던 북한산 자락이 보여

항상 마음 한쪽에 애잔하리 만치 눈에 들어온다


몇달만에 나서니 세상에.... 그사이에 구파발 주변은 재개발을 하고 있어

그 아름다운 북한산 자락이 건물들 사이로 가려져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종로 3가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광화문에 도착하여 교보문고를 지나 '미진'이 자리한 피맛골로 간다


교보빌딩은 내 청춘 시절을 함께 보낸 고향집 같다. 

82년부터 2000년 까지 이곳에서 보냈으니....  

혹여 광화문통을 지날때는 보고 또 보고 잘 있나... 뭔가 변했을까?  늘상 돌아보게 된다




이곳을 떠난지도 어언 18년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교보빌딩 뒷길, 낡고 오래된 옛건물들은 다 철거되어 초 대형 건물들이 들어서서

마치 싱가폴이나 뉴욕 거리 어드메쯤 같기도 하다

저 갈색 건물 자리는  족발이며 빈대떡집들이 있어서 월급쟁이들의 애환을 나누던 곳이었는데////






교보에서 길을 건너며 피맛골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안도 이렇게 변해 있다

그곳엔 내가 단골로 다니던 생선구이 밥집이며, 열차집이라는 유명한 빈대떡집등이 있었다

참으로 그리운 곳이다....


2008년도에 가 보았던 광하문, 피맛골 골목안 풍경... 다시 보기 -->






역사가 서려있는 피맛골 골목을 없앨 수 없으니

건물 아래로 통로를 만들어 어쨋던 피맛골 골목은 유지하고 있다





그 작은 골목을 나서서 종로구청으로 올라가는 넓은 찻길을 건너면서

재 정비된 피맛골이 시작되고, 그 초입에 '미진' 막국수가 자리하고 있다

이 근처에 있던 '또순이 집' "순두부집' 등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는데...... 분위기 탓인지 맛도 느낌도 예전 같지 않더라는....




종로 큰길 뒷쪽에 자리하는 피맛골 골목은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이라

대형 건물이 올라갔어서 그 아래로는 이렇게 옛이름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그 피맛골 골목 입구에 미진메밀집이 1954년도 생이니..... 그래 참 오래됬어

교보빌딩에 있을때 가끔 이곳에 오면 빽구두 신은 머리 하얀 할배들이 여름에 메밀소바를 자시러

오곤 하였는데...... 이미 다들 돌아 가셨을테니 그런 노인들은 보이지 않고 대신에 신세대 맛객들이 만원을 이룬다





평일 같으면 길~~다란 줄서기에 능숙해야 하는데

마침 주일이라 그닥 길지 않은 순서에 기다리던 맛을 보게 된다

입구에 이런 것도 있다.... '서울시 미래유산' 으로까지 선정된 맛집...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미진에는 메밀국수 외에 메밀전병등 다른 메뉴도 입맛 돋운다




내가 이 미진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물론, 맛이 최고지만, 이렇게 쏘스를 내 입맛대로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산에도 대형 일산소바집이 있지만.... 소스를 달랑 한종지 주고 해결하란다. 

일식처럼 모밀 국수를 한귀퉁이 콕 찍어 먹으란건데....

그러면 시원한 느낌이 없어 답답하다.  탈랜트 염모씨가 한다는 소바집도 그렇고.....

그런곳, 다신 안간다




시원한 쯔위소스를 충분히 따르고 무우즙, 대파 넉넉히 넣고,

와사비도 적당히 풀어주면....

아~~~! 그 맛 !!!!!!  환상이다

여기에 김을 약간 넣으면 더욱 고소해 지면서 혀를 자극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쏘스맛으로 행복감에 젖어 들수 있다





드디어 나온 메일소바

일인분에 2짝인데..... 작심하고 3짝을 시켜서 실컷 먹을거다


크으~~~~ 저 우아한 자태를 보라 !!

입안 가득 소바를 넣고 목으로 넘어갈 즈음~

고소한 메밀의 풍미가 감성마저 자극한다





냉모밀 소바를 쏘스에 풍덩 담가서 먹으면 

풋풋한 파향과 와사비 향까지 퍼지면서 머리꼭지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좋음, 행복함 만땅이다



아우~~~ 먹는 즐거움 !!!




옆 테이블에 갱상도 사투리 쓰는 젊은 친구가 후배 데리고 와서 이 맛을 보여주니

후배는 감탄사 연발이다.   빽구두 신은 하얀 백발의 할배대신에 신세대 입맛들로 세대가 바뀐것이다


기분좋게 배 튕기며 실컷 먹고 밖으로 나오니

작열하는 태양이 머리꼭지를, 등짝을 태울듯 뜨겁다

교보앞 광화문 광장은 내 시절엔 가운데 은행나무가 심겨져 있던 양쪽 16차로의 큰길이

이제는 중앙청 앞까지 시민 광장이 되어 많은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촛불혁명의 장소가 되어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여름구름의 화려함이 아름답게 하늘을 채우고 있어

무덥다 못해 뜨거운 순간도 잠시 잊을것만 같다





...계속